구약 메시아 예언들 중에서 "다윗 왕국의 재건" 항목도 있었다. 다윗 왕국의 재건 예언은 암 9:11-12에서 나타난다:
암 9:11 그 날에 내가 다윗의 무너진 천막을 일으키고 그 틈을 막으며 그 퇴락한 것을 일으키고 옛적과 같이 세우고
12 저희로 에돔의 남은 자와 내 이름으로 일컫는 만국을 기업으로 얻게 하리라
이는 이를 행하시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많은 이들은 이 무너진 다윗 왕국이 예수님 재림 하시면 지상에 세워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고를 '전-천년설' (pre-millennialism) 이라 부르는데, 영어를 바로 번역하자면, '천년왕국 이전 재림설'이다. 그러나 이는 성경적인 사고가 결코 아니다. 이미 다윗 왕국은 재건되었고, 그 안으로 이방인들이나 유대인 남은 자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수님은 다윗 후손 메시아로서 이미 통치를 시작하셨고, 지금도 땅의 임금들의 머리로서 (계 1:5), 혹은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서 (계 17:16, 19:14) 통치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도 요한이 예수님을 땅의 임금들의 머리라고 지칭한 것은 시 89:27 "내가 또 저로(다윗) 장자를 삼고 세계 열왕의 으뜸이 되게 하며"의 성취를 지적한 것이다.
사도 베드로와 요한이 유대인 산헤드린 공회에서 풀려났을 때, 예루살렘의 초대 교회 성도들은
행 4:25 또 주의 종 우리 조상 다윗의 입을 의탁하사 성령으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족속들이 허사를 경영하였는고
26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함께 모여 주와 그 그리스도를 대적하도다 하신 이로소이다
27 과연 헤롯과 본디오 빌라도는 이방인과 이스라엘 백성과 합동하여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거룩한 종 예수를 거스려
28 하나님의 권능과 뜻대로 이루려고 예정하신 그것을 행하려고 이 성에 모였나이다
라고 한 목소리로 기도하였다.
25절에 인용된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족속들이 허사를 경영하였는고?” 는 시 2:1의 말씀이고, 26절에 인용된 말씀은 시 2:2의 말씀이다. 이 두 구절은 모두 동의 병행법으로 구성되었다.
25b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족속들이 허사를 경영하였는고
26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함께 모여 주와 그 그리스도를 대적하도다
25b에서 전후반절의 단어 짝들은 (word-pairs) 열방/ 족속, 분노하다/ 허사를 경영하다, 어찌하여/ ( ) 등이고, 26절에서는 세상의 군왕들/ 관원들, 나서다/ 함께 모이다, ( )/ 주와 그 그리스도를 대적하다 등이다. 이런 단어 짝들은 서로 병행되며 동의어들이다. 따라서 세상의 군왕들이나 관원들은 다른 실체가 아니라 같은 실체를 다른 동의어 단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관원들은 사실 “통치자들” 정도로 번역되어야 “군왕들”과 짝이 맞는다. 여기 인용된 시 2:1-2의 사고 핵심은 다윗 시대에 혹 다윗 후손 시대에 이스라엘에 복속된 봉신국들이 연합해서 종주국 이스라엘을 대적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란은 바로 “주와 그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행위였다. 주는 구약에서 여호와 하나님이시고, 그의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운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다 (혹 그의 후손).
그런데, 다윗에게 하나님은 약속을 주셨는데, 그것은 다윗 후손들이 영원히 이스라엘의 왕이 되리라는 것이며 (삼하 7:11, 시 2:7), 그 왕권은 온 세상을 망라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시 2:8-9, 72:8이하, 89:25이하). 다윗에게 주신 약속을 다윗 언약이라 한다. 하나님과 다윗 사이의 법적 관계 설정이기 때문이다. 다윗 후손이 영영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들이 대대로 하나님께 아들로 입양될 때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다윗 후손이 왕으로 즉위할 때마다 언약을 갱신하며 입양 의식을 통해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어야 했다 (시 2:7).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통치권은 그분의 아들이 됨으로만 합법적으로 다윗 후손의 것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주전 586년에 다윗 왕국은 바벨론에게 멸망당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다윗 후손이 영영 왕 노릇하며, 그 왕권이 온 세상을 주장하리라는 다윗 언약은 실패하고 파기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사야나 예레미야를 위시한 구약 선지자들은 다윗 후손이 언젠가 일어나서 무너진 다윗 왕국을 재건하고 (암 9:11이하), 다시 이스라엘을 통치하며 세상을 지배하리라고 (사 9:6, 11:1, 10, 렘 23:5, 33:15, 겔 34:23이하, 37:24이하) 예언했던 것이다. 그 예언을 따라 다윗 왕국이 무너진 이후로 유대인들은 다윗 왕국을 재건하고 자기들을 이방인들의 압제에서 건져내어 줄 구세주 통치자 다윗 후손을 기다렸는데, 그를 그들은 “메시아”라고 (기름 부음 받은 자) 부르며 학수고대하였다.
그 예언을 따라 예수께서 다윗 후손 요셉과 약혼한 처녀 마리아에게 성령님으로 잉태되어 육신을 입고 세상에 태어나신 것이다. 예수님은 다윗 후손 요셉의 씨는 아니었지만 (육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하지만 법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다윗 후손 요셉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다윗 후손으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30세부터 공적 사역을 시작하며 하나님의 통치/ 나라를 선포하였는데, 그의 사역은 주로 천국 복음 선포와 가르치심, 그리고 치유와 축사(逐邪) 사역들이었다. 그의 놀라운 기적들은 많은 놀람과 주목을 끌었는데, 많은 유대인들은 그가 바로 다윗 후손 메시아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당대 전통적인 유대교 사고에서 메시아의 모습은 정치 군사적 측면이 강했다. 즉 이스라엘을 로마 제국의 속박에서 해방시켜줄 메시아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정치 군사적 측면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로지 영적인 면으로 사역하셨다. 특히 예수님은 전통적인 유대교 사상이 강조하던 여러 세세한 규정들을 무시하거나 반대하면서 (예컨대, 손을 씻는 정결 의식이나 안식일 준수 규정 등) 당대 유대교 지도자들과 충돌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으며 따르는데 위기의식을 느낀 지도자들은 그를 이단의 괴수로 단정하고 산헤드린 공회에서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하다고 선포한다고 신성 모독죄로 판결하여 사형을 선고하고 말았다. 그들은 당시 사형 집행권을 가졌던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넘겨 결국 십자가에 처형당하도록 만들었다.
예수님이 이렇게 처형되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부활한지 40일 만에 다시 하늘로 승천(昇天) 하여 하나님 보좌 우편에 메시아 왕으로 즉위하셨다 (막 14:62, 롬 1:3-4, 히 1:3, 8:1). 이렇게 예수님은 구약 메시아 예언을 이루셨고 그분의 메시아 왕으로의 즉위와 함께 다윗 왕국은 재건되었다 (행 15:16, 암 9:11이하). 그 왕국 안으로 이방인들도 유대인 남은 자들도 복음을 통해 믿고 들어왔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다윗 왕국은 말하자면 온 세상에 흩어진 믿음 공동체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승천 10일 되던 때에 사도들과 성도들이 함께 모였을 때, 성령님이 저들 위에 부은 바 되었는데, 이를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라 한다 (행 2장). 이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으로 의기소침해 있던 메시아 공동체는 (교회) 완전히 소생되었고, 거침없이 능동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복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이적들을 행하며 병자들을 고치고 귀신들을 축출하였다. 이에 다시 위기의식을 느낀 유대교 당국자들은 베드로나 요한 같은 교회 지도자들을 투옥시키거나 위협하며 예수를 그리스도로 선포하지 못하도록 복음 전파를 막고자 하였다. 그런 교회에 대한 핍박의 와중에 바로 행 4:25이하의 시 2:1이하 말씀 인용이 일어난 것이다. 이 초대교회 성도들이 보기에 당대 유대교 지도자들은 이방인 로마 총독 빌라도와 헤롯 왕 등과 연합하여 자신들의 구세주 메시아를 십자가에 처형했고, 다시 그 메시아 추종자들인 믿음 공동체 지도자들을 처형하고자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은 시 2편이 노래한 하나님과 그의 메시아 (=그리스도) 다윗을 (혹 그의 후손) 대적하는 이스라엘 봉신국들의 반란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제 예수님을 믿는 믿음 공동체의 (교회)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의 성도들은 그의 백성이며 다윗 왕국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믿음 공동체를 (재건된 다윗 왕국) 불신 유대인들과 (당대 유대교 지도자들) 이방인 빌라도 총독과 헤롯 왕 등이 핍박하고 대적하는 행위는 구약시대에 다윗 왕과 하나님을 대적한 이방 나라들의 반란 행위나 같았다. 시 2편의 상황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구속사의 진전에 따라, 구약 시대 다윗 왕국의 대적자들은 주변 모압, 암몬, 아람, 블레셋, 에돔 등이었다면, 예수님 당대 하나님과 그의 메시아 예수님의 대적자들은 유대교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 헤롯 왕 등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요점은 예루살렘 초대 교회 성도들이 시 2:1-2를 인용해서 유대교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 이두메인 출신 헤롯 왕 등이 연합하여 하나님과 그의 그리스도를 (메시아) 대적한다고 기도했을 때, 시 2편의 상황이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처했던 상황과 동일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 2편의 원래 "삶의 자리"가 (Sitz im Leben) 다윗 왕국을 대적한 이방나라들의 반란과 대적행위였다면, 구속사의 진전에 따라 이제는 시 2편의 예언적 성취는 재건된 다윗 왕국인 믿음 공동체인 교회를 대적하는 유대교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 그리고 헤롯 왕 등으로 나타났다.
시 2편을 메시아 예언으로 이해한 초대 교회의 해석은 구속사의 진전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이고 있다. 구약에서 다윗 왕국은 이제 신약에서 교회 공동체로 바뀌어졌다는 것이다. 교회를 대적하는 자들은 구약 시대에 하나님과 그의 메시아인 다윗을 (혹 그 후손) 대적하는 자들과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구약의 다윗 왕국은 이제 교회 공동체로 대체되었다.
더구나 사도 야고보는 첫 예루살렘 공회에서 모인 장로들과 사도들에게 암 9:11을 인용해서 무너진 다윗 왕국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승천으로 재건되어, 그 왕국 안으로 이방인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행 15:16).
행 15:13 말을 마치매 야고보가 대답하여 가로되 형제들아 내 말을 들으라
14 하나님이 처음으로 이방인 중에서 자기 이름을 위할 백성을 취하시려고 저희를 권고하신 것을 시므온이 고하였으니
15 선지자들의 말씀이 이와 합하도다 기록된 바
16 이 후에 내가 돌아와서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다시 지으며 또 그 퇴락한 것을 다시 지어 일으키리니
17 이는 그 남은 사람들과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모든 이방인들로 주를 찾게 하려 함이라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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