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대법원은 국민의 지성이 두렵지 않은가?
판결문 공개 거의 안 하고 암호 같은 법조 언어로
소통 실패, 사법 불신 키워
4·15 총선 관련 소송 120건 넘게 제기됐는데 한 건도 판결 안해 직무유기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1.09.29 03:20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잡아먹고 독재 정권을 불러들인 선례가 드물지 않다. 20세기 좌우 전체주의 정권은 모두 민주의 깃발을 들고 등장했다. 민주 정권이 독재 정권으로 돌변하는 과정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해서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근대 입헌주의 사상가들이 한목소리로 권력 분립을 강조하고 파벌주의를 배격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3권 중 특히 사법권 독립은 자유와 민주의 생명줄이다. 사법부가 외압에 굴하거나 권력과 결탁하면, 법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사망한다. 몽테스키외가 내다봤듯, 법관이 입법자가 되면 국민의 자유를 빼앗고, 행정까지 도맡으면 폭력과 압제를 자행한다. 사법부의 타락을 막을 길은 무엇인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양심은 누가 어떻게 검증하나?
시민사회가 나서서 감시할 수밖에 없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37개 회원국 중에서 한국은 사법 시스템(judicial system)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사법 불신이 팽배하기에 더더욱 법원은 국민 앞에 법정 문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및 주(州) 대법원, 항소법원, 지방법원, 파산법원 등의 법정 기록 수십억 건이 거의 전면적으로 정부 공식 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법정 기록 수백만 건을 따로 수집해서 무제한 공개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덕분에 외국인도 미국 법정의 판결문, 수사 기록 , 기소장, 증언 음성 파일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 법원은 판결문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6~8년 전부터 확정된 민형사 판결문은 공개하고 있다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장벽이 높다. 쉽게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종합 법률 정보 시스템’엔 대법원 판결문의 3.2%, 각급 법원 판결문의 0.003%만이 공개돼 있을 뿐이다. 그나마 공개된 판결문도 복잡하고 난해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문장 구분도 없이 법률 상투어(legal jargon)만 나열되어 옛날 서리들의 이두체 행정 문서가 연상될 정도다.
영어권 판결문은 문장이 간명하고 논지가 명확하다. 로스쿨에선 법률 문장도 “간결한 게 좋다(concise is nice)”고 가르친다. 대법원 판례는 대학에서 철학, 역사, 정치학 교보재로 널리 활용된다. 법률가들 스스로 ‘법조 은어(legalese)’를 폐기하고 평이하고 정확한 언어로 대중에게 다가간 결과다.
정보 혁명의 시대에 낡은 법조 언어는 사법 정의의 장애물이다. 소통 실패를 낳고, 사법 불신만 키운다. 독재 정권의 사법부는 교묘한 율사의 궤변으로 헌법을 파괴해왔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특정 대상만 골라서 처벌하는 선택적 법 집행과 민감한 사안에선 재판을 지연하는 고의적 태업 등으로 나타난다.
법무부, 검찰, 법원은 지난 정권의 피의자들을 포승줄로 묶거나 수갑을 채워 언론에 노출시키는 인격 살해를 사실상 허용했다. 상황이 뒤바뀌어 현 정권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갈 땐 “검찰 개혁” 운운하며 법무부가 부랴부랴 ‘포토라인’을 철폐했다. 피의자 인권을 내세우지만,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죽은 권력엔 엄형을 가하더니 산 권력엔 관용을 베풀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 관련 대법원의 태업은 더 심각한 문제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선거 소송이 120여 건 제기됐음에도, 대법원은 520여 일 동안 단 한 건의 판결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란 비판에 대해 대법원은 ‘~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아니라 훈시 규정이라는 비상식적 해석을 강요할 뿐, 공정 선거를 책임지라는 그 엄중한 법의 ‘훈시’를 따르려는 노력도, 의지도 없는 듯하다. 법관은 법을 사보타주할 수 없다. 대법원은 국민의 지성이 두렵지 않나?
정부 기관의 부패는 음지의 독버섯처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자란다. 작가는 작품으로, 학자는 논문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시민사회의 평가를 받아 공신력을 얻는다. 판결문에 대한 공적 검토 없이 법원의 신뢰는 유지될 수 없다. 법원은 국민이 알기 쉽게 법조 언어를 개혁하고, 헌법이 선언한 국민 주권 원리에 따라 법정 문서를 전면 공개하라. 국민의 지성 앞에 법관이 엎드릴 때, 법원은 비로소 권력의 외압을 벗어나 사법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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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선관위가 선거공작, 대법원이 증거인멸 주도”
기사승인 2021. 09. 19. 16:56
[아시아 투데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18일 “선관위가 선거공작을, 대법원이 증거인멸을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6일 법원은 4.15총선에서 낙선한 윤갑근 전 국민의힘 청주시 상당구 선거무효소송 재검표를 또다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대선 이후에 한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전 대표는 “4.15총선에서 우리 당(당시 미래통합당)은 당일투표에서는 124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반면 민주당은 123곳에서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관내사전투표에서는 우리 당이 49곳, 관외사전투표(우편투표)에서는 37곳에서만 우세한 것으로 나온 반면 민주당은 각각 198곳과 210곳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고 부연했다.
그는 “당일투표와 사전투표의 차이가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수 있느냐”며 “역대 그 어떤 선거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관외사전투표를 하고 나면 그 투표용지를 선관위로 보낸다. 그런데 그 투표용지를 받는 선관위 직원의 성이 개씨, 히씨, 힉씨, 힝씨, 들씨, 깨씨 등 희안한 성씨들 천지였다”며 “그런 표만 해도 2만표나 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4.15부정선거의 주범은 선관위다. 선관위의 패역을 감싸고 옹호하는 건 대법원”이라며 “대법원은 재검표 과정에서 나온 빼도박도 못할 부정선거의 증거들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주권을 찬탈한 저들을 용서치 말아 달라”며 “제가 앞장서서 싸우겠다.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욱재 기자 luj11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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