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2년 12월 2일자
지금도 그들은 케냐 코어 사막지역에서 섬기고 있는가? 그럴 것이라 추정한다. 그들의 자녀들은 자라서 지금 복음 사역을 감당하고 있을까?
아프리카 케냐 북부 카이수 사막 한가운데 김치를 먹는 선교사 부부가 살고 있다.
기아대책 봉사단으로 파견된 최인호(41) 한지선(38) 부부(사진)는 케냐 사막지대인 마사빗과 코어 지역에서 꼬박 10년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다. 코어는 연간 강수량 100㎜ 이하다. 최 선교사는 2010년 5월 주민 1500여명이 물을 먹을 수 있는 6t 크기의 물탱크를 마련했다.
이 탱크 덕분에 동네 어린이나 아낙들이 물 긷는 시간이 최대 3시간 단축됐다. 최 선교사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려면 오토바이로 2시간가량 이동한 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야 한다. 전기는 물론 통신 인프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 선교사 부부의 하루는 길다. 매일 아침 최 선교사는 현지인 후세인, 존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한다. 자신이 없더라도 이들이 렌딜레 부족을 신앙적으로 이끌어가길 바란다. 오전 최 선교사가 지은 목동학교 건물에서 어린이 600여명이 유치원 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 콩과 옥수수를 익힌 점심이 제공된다.
식사 준비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한다. 한 선교사는 평일과 토요일 마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둘째 성아(8)를 위해 홈스쿨도 한다. 세 자녀 중 성연(3)은 코어 집에서 지낸다. 첫째 성민(12)은 나이로비의 기숙학교에 떨어져 있다
한낮에는 기온이 48도까지 치솟기도 한다. 오후에는 주로 그늘에서 묵상하고 휴식을 한다. 렌딜레 부족은 주로 목축을 한다. 양이나 낙타, 염소를 기른다. 어린 소년과 소녀, 젊은 아낙네들이 목동이 된다. 종일 풀을 먹이다 보니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 최 선교사는 이들을 위해 목동학교를 열었다. 깜깜해진 오후 8시쯤 목동학교의 불이 켜진다.
마을 청년들이 교사가 돼 성경, 영어, 숫자를 가르친다. 갈데란을 시작으로 2010년 둡사이, 올 5월 우얌, 최근 옹예리 마을에 목동학교를 지었다. 학교를 짓는 데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학교를 원할 때 세운다는 원칙이 있다.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학교는 버려지기 때문이다. 최 선교사는 “많은 국제 기구의 풍부한 자원을 물탱크에 비유한다면 현지의 선교사는 수도꼭지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선교사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함부로 쏟아내면 ‘죽은 원조’가 된다”고 강조했다.
저녁 무렵 최 선교사 가족은 가족 예배를 드린다.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나누고 말씀을 묵상한다. 손님이 오면 가끔 마당에 의자를 꺼내고 별빛 아래에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 한 선교사는 “집에 식수가 뚝 떨어질 때 막막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내게 ‘미안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걸 들을 수 있다”며 “이곳에서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기아대책 후원 아동인 싸신(13)양이 심부름을 가다 전갈에 물려 숨졌다. 응급처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최 선교사 부부는 마을 근처에 의료인이 상주하는 보건소가 만들어지길 기도하고 있다. 최 선교사 부부는 21일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힘든 때도 많지만 하나님이 위로해주시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최 선교사 부부는 음악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코어에서 청소년 합창단을 꾸리는 꿈을 키우고 있다.
코어(케냐)=강주화 기자 rula@kmib.co.kr·사진 제공=기아대책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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