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과 시사

한국내 중국 비밀 경찰

중일사랑 2023. 1. 22. 22:12

국내 中 비밀경찰서 실태와 해외 피해자들의 증언

“親中 정권 5년간 강제 송환 작업… 국내 反체제 인사 거의 제거했을 것”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동방명주 한강에 있는 이유? 강제 송환 용이하도록 한 것”(前 대북공작관)


⊙ “中 자금 받는 고위급 인사 수두룩… 비밀경찰서 존재 미리 알아”(전 공청단 자문역)
⊙ “비밀경찰서·공자학원 모두 中의 ‘정치 침투 공작’… 최종 목표는 親中 정권 창출”
⊙ 강제 송환된 반체제 인사, 정치범수용소 끌려가 무기한 수감·고문… 실종되기도
⊙ “역사상 없던 시진핑의 통제·감시, 더 심해질 것”(텅뱌오 美 시카고대 교수)
⊙ 방첩 당국 실태 파악 착수… “쉽지 않을 것” 회의적 시각 많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왕징위(Wang Jingyu·19) 군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중국의 송환 압력을 받고 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접근한 현지 비밀경찰들은 왕 군이 거부 의사를 비치자 즉각 태도를 바꿔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매일 1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5개월 뒤 왕 군에게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헛된 환상을 꾸지 마라. 중국은 언제든지 너를 인도할 능력과 자신감이 있다. 우리는 네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왕 군은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외의 중국 비밀경찰서에 대해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괴롭히고,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이들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中에 反체제란
 
  중국이 규정하는 ‘반체제’는 대단한 게 아니다. 왕 군은 ‘더우인(틱톡 중국판)’에 2019년 7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를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반체제 인사’가 됐다. 게시물은 즉각 삭제됐고 베이징 당국의 표적이 됐다. 그가 홍콩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간 이유다. 이후 공산당 관영 매체들은 왕 군의 게시물을 기사화하며 ‘해외 지명수배자’로 선포했다. 이에 앞서 16세던 당시 그는 학교에서 “공공장소에서 신념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담임이 호출한 경찰에게 체포당할 뻔한 적도 있다.
 
  미국 퍼듀대 연구조교인 지하오콩(Zhihao Kong) 씨는 학부생이던 지난 2020년, 천안문 학살(1989) 당시 희생된 학생들을 영웅으로 칭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7000마일 떨어진 이곳에서는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대응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글을 올리자마자 중국에 있는 부모님이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고, 이후 같은 학교 중국인 학생으로부터 극심한 괴롭힘까지 당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외국인 자문역을 했던 A씨의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공격적인 체제 전복, 혹은 탄핵을 꾀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의사 표현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반체제 인사로 간주한다. 이들은 공청단·중국소년선봉대(소선대)를 통해 아주 어릴 때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 추구하는 체제가 선(善)이고, 진리라 가르친다. 그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개인이, 예컨대 일국양제(一國兩制)나 위구르(維吾尔)를 언급한다는 건 곧 체제 부정으로, 용납하지 않는다. 놀라운 건 어려서부터 그 세계에 순응하는 법을 배운 대부분의 국민 또한 정부에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속에 있어 ‘위해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공산당이 국가에서 어느 정도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긍정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존속을 위해 반체제 인물은 무한정 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비밀경찰서, 53개국 102곳에
 
  스페인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22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공안 당국이 최소 53개국에서 102곳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란 간판을 단 채 자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의 강제 소환과 정보 수집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단체는 “비밀경찰서는 독자적인 치안 체계를 구축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공산당에 반하는 이들을 탄압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밝혀진 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53개국 중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연말 우리 정부도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서울 잠원동 한강변에 있는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을 비밀경찰서로 지목했다. 이후 이 식당은 돌연 폐업했고, 식당 운영자 왕하이쥔 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왕 씨는 식당뿐만 아니라 중국재한교민협회 총회장과 자매조직인 한화(韓華)중국화평통일촉진연합 총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중국 국무원 교무(僑務·화교 업무) 판공실의 지도를 받는 화조(華助)중심(OCSC)도 이끌고 있다. 이 밖에도 두 개의 여행사와 건설사, 언론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중국화교연합회 해외위원 등도 역임했다.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본부(공실본) 대표는 “지난 2006년 26세의 나이로 한국에 와 가리봉동 중식당을 시작으로 차츰 사업을 확대한 왕하이쥔은 중공이 침투 공작을 위해 장기간 공들여 키운 거물급 인사”라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교민들이 비밀경찰서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감히 공론화시킬 수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송환 후에는 수감·고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14년부터 전 세계 최소 21만 명 이상의 중국 반체제 인사가 불법적 과정으로 본토로 송환됐다고 봤다.
 
  중국에서 인권변호사 겸 학자로 활동했던 텅뱌오(Tengbiao) 씨는 과거 비밀경찰로부터 세 차례 가택연금, 납치 후 체포,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다. 티베트,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의 변호를 맡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에 인권 강화를 촉구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난 2014년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프린스턴·하버드·뉴욕대를 거쳐 현재는 시카고대 초빙교수로 있다. 텅뱌오 씨에게 ‘송환된 반체제 인사들의 삶’에 대해 묻자 “송환된 사람들은 임의적으로 구금되고 심한 고문을 당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중국에서는 고문, 임의구금, 불공정 재판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만연하다”고 했다.
 
  왕징위 군 또한 “해외에서 중국 비밀경찰에 의해 협박, 괴롭힘을 받은 뒤 송환된 반체제 인사들은 모두 수감된다”며 “공안으로부터 고문까지 당한다”고 했다. 전 공청단 자문역 A씨의 설명은 좀 더 상세하다.
 
  “베이징에서 2시간 거리 창핑구(昌平區)에 정치범수용소가 있다. 상당히 비인권적인 시설이다. 비밀경찰에 의해 송환된 이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개방된 생각을 가진 이들은 무조건 이곳에 가 보정교육을 받는다. ‘몇 년 선고’ 같은 법률체계도 없다. 기한이 없다. 갱생할 때까지다.”
 
  영국 모 대학 중국인 유학생 B씨는 익명 보도를 전제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 체제가 국경을 넘어 중국 시민들이 어디에 있든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중공 비밀경찰은 과거 게슈타포(나치 독일의 비밀 국가 경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반체제 인사는 단순히 납치뿐 아니라 실종 후 장기 적출(Organ harvesting)에도 희생된다는 의혹이 있다.”
 
 

 

한 번 찍히면 끝
   만일 송환을 거부하고 해외에 계속 머물더라도 고통은 계속된다. 중국에 남은 가족이 대신 고문을 당하기 때문이다. 왕징위 군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 무렵 충칭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부모님이 유치장에서 밥도 못 먹고 폭행을 당하고 있다’면서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에게 더한 짓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부모님은 공산당에 반대하는 분들도 아닌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텅뱌오 씨 또한 “해외에서 비밀경찰의 표적이 되면, 중국에 남은 가족들은 협박, 구금, 고문을 당한다. 어린 자녀의 경우 학교도 가지 못하게 하는 등 교육의 기회마저 빼앗는다”면서 “미국에 있는 나 또한 지금도 계속해서 중국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죽음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다”고 했다.
 
  해당 지역의 비밀경찰서가 문을 닫아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소재 중국 비밀경찰서는 지난 12월 모두 폐쇄됐지만, 왕 군은 여전히 악몽 속에 산다고 했다.
 
  “최근 중무장한 네덜란드 경찰 특공대가 아파트 문 밖에 갑자기 나타났다. 신원불상의 남성으로부터 내가 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누군가 내 이름과 여권 번호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호텔 객실을 예약한 후, 호텔에 폭탄테러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동방명주는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22년 12월 문을 닫았으니, 이미 5년이나 한강변에서 버젓이 영업한 셈이다. 북·중 접경지에서 장기간 공작 업무를 수행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동방명주가 왜 한강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나. 전망이 좋아 방문객이 많을 것 같아서가 아니다. 공작 업무를 해본 사람이면 감이 올 건데, 강제송환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공항으로 송환시키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한강에서 보트로 서해상에 대기하고 있는 공안 어선으로 승계하면 흔적 없이 본토로 데려갈 수 있다.”
 
  이 인사는 이어 “정확히 친중(親中) 정부 5년간 운영한 것으로, 그 기간 동안은 송환 작업이 상당히 용이했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현재 국내에 중국 반체제 인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부산 해운대에 있던 ‘ㄱ(현재는 폐업 상태)’ 중식당도 중국 정보원이 운영하던 곳이었다”면서 “동방명주뿐만이 아니라, 서울은 물론이고 중국과 면한 서해와 남해 해안도시 위주로 추가적 비밀경찰서가 분포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 내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비밀경찰’이라고 하면 상당히 은밀해 보이지만, 중국 소식통들은 생각보다 비밀스러운 조직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중식당으로 가장한 채 한강에서 버젓이 운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전면(前面)에서 공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얘기다.
 
  국내 비밀경찰서의 존재를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는 한 중국 소식통은 “철저히 신분을 숨기고 비선(秘線)에서 움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들은 명함에도 당당히 ‘비밀경찰’이라고 써놓고 활동한다. 이들에게 비밀경찰은 당 체제에 순응하는 최고의 첨병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중국공산당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 공청단 자문역 A씨 말이다.
 
  “중국공산당사(史)라는 게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은 당 주도로, 상부가 하부를 통제하는 거다. 다수인 하부를 소수인 상부가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찰, 감시를 당연한 업무로 본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이제야 비밀경찰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정보 당국에서 주시를 하고 있었더라도 지난 정권에서 표면화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공청단 외국인 자문역을 했던 A씨는 “최근 중국공산당 고위인사에게 ‘한국 내 비밀경찰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크게 한 번 웃고 말더라”고 했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이 논란을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할 것이지만, 이들은 애초에 비밀경찰서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공산당에 ‘우리가 법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법치주의 국가의 법체계·법사상·법철학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우 작전’에서 ‘여우’의 의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를 포함, 여러 중국 소식통은 비밀경찰서를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에서 운영한다고 보고 있다. 통전부는 공산당 핵심 조직이다.
 
  정확한 설립연도는 이견이 있지만, 해외에 비밀경찰서라는 ‘물리적 시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시점은 시진핑 취임 이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진핑은 취임 이후인 2014년 부패 척결을 선포하며 해외에 머무는 반체제 중국인들을 강제 송환하기 시작했다. ‘여우 사냥(Fox hunt)’이라는 작전명 아래다. 반체제 인사를 ‘여우’에 빗댄 건데, 이는 소련 시절 진행했던 ‘은여우 길들이기 실험’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우 모피를 좀 더 쉽게 얻기 위해 여우를 길들였더니, 개처럼 온순하고 친화적으로 변했다는 게 실험 결과다. 전 공청단 자문역 A씨는 “‘반체제 인사도 훈련시키면 (개처럼)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여우 사냥’이라는 작전명을 쓴 것”이라면서 “이처럼 중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게 작전을 짠다”고 했다.
 
  해외 반체제 인사를 감시·송환하기 위해 현지인을 매수하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본인이 중국 반체제 인사 감시용으로 고용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뉴욕경찰국(NYPD) 경사로 퇴직 후 사설탐정으로 활동하는 마이클 맥마흔은 지난 2020년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현지(미국) 경찰에게 체포됐다. 지난 2016년 한 중국인으로부터 중국인 사기꾼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의 행적을 쫓았는데 알고 보니 ‘여우 작전’의 일환이었던 거다. 그는 당시 《뉴욕타임스》에 “사기꾼인 줄로만 알았지, 중국의 반체제 인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나도 모르게 그런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속이 메스꺼웠다”고 했다.
 
 
  비밀경찰, 누구나 될 수 있어
 
  비밀경찰로 활동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 중국 소식통은 “공안 인원이 직파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적지 않은 인원들이 민간인 첩보원”이라면서 “이에 따라 국내 직간접적으로 비밀경찰과 관련된 인원은 최소 3만 명에서 10만 명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민호 대표 또한 “중국은 당에서 시키면 따라야 한다. 법률적 소속이 공안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첩보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첩보원으로 각국에 유학 중인 자국민들을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미국 조지아대 한 중국인 대학원생은 중국 정보원으로부터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사실을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최근 뉴욕 세인트존스대에서는 암호화된 텔레그램 플랫폼의 반체제 채팅 그룹이 해킹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텅뱌오 씨는 “시진핑 집권 이전에도 중국 사회에는 검열과 박해가 존재했지만, 2013년 이후 더욱 악화됐다”며 “덩샤오핑이 확립한 집단 독재체제(Collective dictatorship)를 무너트리고 1인 독재체제(Personal dictatorship)를 확립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공산당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첨단 기술 전체주의’를 확립 중”이라면서 “얼굴인식, 인공지능, 빅데이터, DNA 수집 등을, 그들이 규정하는 반체제, 실제로는 자유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단속,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정치 침투 작전
   혹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잡아가는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한민호 대표는 “한국 내 중국인들이 자유주의적 사고를 한다는 이유에서 걸러지면, 국내에는 ‘중공 체제 유지자’들만 남게 된다”면서 “이들이 결국 친중 여론 형성을 담당하고, 한중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서 나아가 정치적 이득까지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또한 “비밀경찰과 연관된 중국의 통일전선공작부는 해외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재계, 학계의 단체와 인물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켜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국은 그동안 다른 자유·민주 국가들에 비해 중국의 ‘정치 침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서방에서 ‘체제·이념의 선전 거점’으로 지목돼 퇴출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아시아 최대 규모인 23개소(22개 대학과 강남의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운영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공자학원은 지난 2004년 당시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이었던 류옌둥(劉延東)이 출범시켰다.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국내 대학생들이 다니는 곳인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친중파 양성 기관과 다름없다. 그중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은 중국공산당에서 유학도 보내주고, 나아가 공산당에서 따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이래 약 10만 명이 공자학원을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한민호 공실본 대표의 말이다.
 
  “비밀경찰과 공자학원 등의 종국적인 목표는 각국에 친중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문재인 정권이다.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유권자 중 80% 가까이가 중국인이지 않나. 지난 2022년 8월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3불(不) 1한(限)을 선서했다’고 했다. 지난 5년은 중국의 반(半) 식민지 상태였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2020년 6월 출범한 공실본은 약 50명의 인원을 전국에 분포해 공자학원의 실태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변한 게 없다. 한 대표는 “소관 기관인 교육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하고 22개 대학은 일절 무반응으로 일관한다”고 했다.
 
  공자학원이 있는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는 “공자학원 개설 당시 기부금, 연간 운영비에 더해 그들이 유치해주는 중국 유학생들의 등록금, 우리 학생들의 중국 유학비 지원, 대학의 해외 홍보비 등까지 합하면 대학이 공자학원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백억대”라면서 “공자학원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더니 학교 측은 ‘그럼 당신이 그만큼 벌어올 수 있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장기간 걸친 超限戰
 
  전 공청단 자문역 A씨는 “크게는 비밀경찰, 공자학원 관계자들, 작게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몇몇 한국 학생들이 교회 구역예배처럼 참여, 암약하는 체제·선전 모임들도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여론 수집과 감시, 나아가 국내 언론 통제 기능까지 한다”면서 “이들의 정치 침투 작전은 생각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치밀하다”고 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현재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 4명 중 3명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면서 “유학생을 가장해 각 대학에 배치된 인물 등 중국인들은 거대 인구를 활용, 한국인들과 혼인까지 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초한전(超限戰)을 펼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비밀경찰서 폐쇄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2곳)와 아일랜드(1곳), 체코(1곳)에서 정부가 시설 폐쇄 명령을 내렸다. 캐나다(3곳)와 독일(1곳)에서도 당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비밀경찰서 두 곳을 파악 후 중국에 정식 항의했으며 미국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동방명주에 대해 “심층적이고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 운영자 왕하이쥔이 반박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날 정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방첩 당국에서는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 여부와 출입국 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여러 법률적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향후 수사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동방명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자학원 포함 전국 중국 커뮤니티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초토화한 국정원·방첩사 등이 그럴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중국 전문가인 모 대학 교수의 말이다.
   “강경하게 대응할 문제다. 정부가 대(對)중국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쉽지는 않을 거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친중 성향 기관장, 단체장, 고위공직자의 약 80%가 아직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국회의원 포함, 중국 자금을 받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학계에도 중국 자금에 오염된 교수들이 많다. 이들은 비밀경찰서의 존재를 알면서 경제·외교 관계를 고려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대중이 착각하는데, 역사적으로 중국은 대한민국에 호의적이었던 적이 없다. 어떤 정책과 방향이든, 사실상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실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목소리 내길”
  한국에는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비밀경찰서의 존재가 수면으로 떠오른 뒤 서울 대림동 일대에서는 시진핑 정권에 반대하는 소규모 백지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물론 얼굴은 꽁꽁 숨긴 채였다. 시카고대 초빙교수 텅뱌오 씨는 “한국에 있는 100만 중국인들을 위해 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러분은 조국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자유가 있는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유와 인권을 수호할 정치적·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당국에 범죄를 신고하고 중국 정부가 저지르는 범죄 행위에 절대 가담하지 마십시오.”
 
  네덜란드에 있는 청년 왕징위 군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중국 비밀경찰에게 협박과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그리고 한국의 사법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범세계적 박해와 민주주의와 자유를 훼손하는 잔학 행위에 저항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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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임종석 이 사악한 자들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않은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