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관위가 투표지 빼돌린다”… 4·15 재검표 무슨 일이?
파주을 선거소송 재검표장 법정 경위들 ‘수상한 대화’ 본지 확인
참관인들 “투표관리인 직인 없거나 他지역 투표지 등 의혹 많아”
경찰 ‘투표함 바꿔치기’ 거듭 무혐의 종결… 검찰, 재수사 지시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입력 2023-07-31 00:07:00
[스카이 데일리]
4·15 총선의 경기 파주을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법정 경위들이 “선관위가 차에 투표용지 빼돌린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이들의 말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 ‘투표함 바꿔치기’에 가담했는지를 두고 사정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특별3부(재판장 이흥구·주심 안철상·김재형 대법관)는 2021년 11월12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박용호 전 미래통합당 후보가 낸 선거 무효소송 사건의 재검표를 진행했다. 재검표란 실제 투표 결과와 기표된 투표지의 수가 맞는지 확인해 집계가 잘못됐거나 부정 투표지가 유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대법원이 주재하고 원고 측 참관인과 피고인 선관위 관계자들이 입회한다.
그날 오후 4시쯤 법정 경위 동복 점퍼를 걸친 남성 3명이 법원 내 남동쪽 사법연수원 담장과 맞닿은 야외 흡연실 앞에서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눈 사실이 취재망에 잡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이 재검표에 앞서 투표함에 손을 댔다는 내용의 대화로 추정된다.
당시 녹취에 따르면 법정 경위 A씨는 “(선관위가) 차에 투표용지 빼돌린다”고 발언해 동료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경위 B·C씨가 쳐다보자 A씨는 “여기 부정선관위, 투표용지 (청취 불가 부분: ‘운반하고 있어요’ 추정)”라고 했고, 곧이어 “차 XX(비속어) 빼달라고 (청취 불가 부분) 야, 오지마! (청취 불가 부분: ‘하더라고’ 추정)”라고 말했다.
녹취에 따르면 A씨가 “부정선관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4·15 총선의 부정 의혹이 확산하면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측에서는 ‘부정선거’와 '선관위’를 합쳐 ‘부정선관위'라는 조롱 섞인 단어를 종종 사용해 왔다. A씨는 자기가 직접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관위 행위를 ‘부정선거’라고 인식했기 때문인지, 이날 법원 앞 집회에서 나온 구호를 무의식 중에 따라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A씨의 “여기 부정선관위, OO 있어요”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을 고발하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들의 대화는 재검표 당일 법원에 일찍 도착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함에 임의로 어떤 변경을 가한 정황을 짐작게 한다. 재검표에 입회하는 선관위 측 최고 선임자로 알려진 김용권 법제과장이 최초 목격된 것은 오전 8시25분쯤이다. 김 과장과 선관위 측 인사로 보이는 일행은 영상 포착 직전 건물에서 나와 흡연실 방향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예고된 합법 집회를 앞두고 배치된 정복 경찰관들 외엔 원고 측 인사들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8시35분쯤 도태우 변호사가 가장 먼저 법원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보과 형사는 “선관위가 8시 이전에 온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표함은 재검표 전까지 법원의 허가 없이 봉인을 해제하거나 임의로 열어서도, 위치를 변경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4·15 총선 재검표 현장마다 누군가 투표함에 손을 댔다는 잡음이 매번 불거졌다. 투표함뿐만 아니라 투표함 보관실의 봉인이 떼어졌다 붙은 흔적이 전후 사진을 통해 구분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단지 관리부실인지, 의도가 개입된 변경인지 문재인 집권기에는 검찰 수사가 단 한 건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어 의구심만 더욱 증폭됐다.
▲ 파주을 선거 무효소송의 대법원 재검표가 진행된 2021년 11월12일 오전 8시25분 김용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이 선관위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와 법원 담장 안쪽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찍은 핸드폰 영상의 캡처이다. 이날 재검표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자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렸다. 김 과장은 영상 촬영 직전에 법원 건물에서 나와 흡연실이 있는 남동쪽 방면으로 향했다. 촬영 시점보다 일찍 법원에 있었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당시 기자와 만난 정보과 형사는 “선관위가 8시 이전에 온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법원 경비와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인 법정 경위 3명이 “선관위가 차에 투표용지 빼돌린다”고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눈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추정컨대 A씨 발언에는 △주체: 선관위 △객체: 투표용지 △도구: 차량 △행위: 빼돌림 △방식: 종용(“차 XX 빼달라”) △범의(犯意): 은폐 기도(“야, 오지 마!”) 등 범죄의 구성요건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농담으로 주고받을 성질의 사안이 아닌 데다, 사실이라면 선거 중립을 준수할 책임이 있는 선관위가 선거 결과 조작에 가담했다는 위중한 사안이 될 수도 있어서다.
당시 재검표에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박용호 후보를 비롯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민경욱 전 국회의원·권오용 변호사·도태우 변호사 등의 인사들이 소송 당사자와 참관인 자격으로 입회했다. 또한 작년 10월 작고한 고(故) 김재홍 자유의창 대표도 함께했다. 조직적인 선거 결과 조작 및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고 대법원 재판에도 임한 김 대표는 “덮으면 덮으려 할수록 더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선관위 한 번도 안 부르고 ‘수사 끝’… 이상한 경찰
선거 결과 조작 의혹 있는 중대사안에도 확인 안 해
선관위 법으로 보관 의무화 된 투표지 스캔이미지 파기
부정 논란 첫 제기된 연수을 재검표서 은폐 의혹 드러나
황교안 전 총리는 재검표가 끝난 밤 11시30분쯤 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짜 투표지가 쏟아져나왔고 투표함에 손댄 흔적이 많이 보여 선관위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며 “(투표함의 표들을 통째로 바꾸는) 통갈이나 명백한 바꿔치기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투표지들이 나와 4·15는 전면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통탄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황 전 총리는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말해 온 이들 중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다. 공안검사는 간첩을 잡는 시국사건과 선거사범을 잡는 선거사건을 맡는다. 생존한 전·현직 검사 중에서 선거사건을 가장 많이 다룬 권위 있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윤석열정부 들어 부정선거 특검으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측으로부터 한때 제시됐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부정선거 재판에 참여해 온 권오용 변호사도 재검표가 끝난 뒤 “선거인명부에 있어선 안 되는 1896년(고종 33년)생이 있는가 하면 당일 투표지인데도 접은 흔적이 하나도 없이 신권 다발처럼 빳빳하고 일률적으로 쌓여 있는 투표지 뭉치가 다량 발견돼 전체를 조작된 득표수에 맞게 (투표함을 열고) 새로 (만든 투표지를) 쏟아부었다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고 했다. 역시 재검표에 참관했던 도태우 변호사는 “기존에 나왔던 대부분의 부정투표지 유형들이 모두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 데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새로운 부정 투표지들까지 나왔다”고 고발했다.
참관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백지투표지’ 11장 △파주을 재검표 투표함 개봉 후 처음 나온 파주갑 투표지 △한 번도 접지 않은 빳빳한 신권 다발 형태 투표지 △2·3장이 붙은 투표지 △지역구와 비례대표 용지가 겹쳐 인쇄된 배춧잎 투표지 2장 △옆 간격이 맞지 않은 채로 21장 연속 나온 투표지 △투표지 묶음 옆에 줄이 나 있는 인쇄 의심 투표지 △투표관리관 도장이 찌그러진 투표지 △기표 도장이 찌그러진 투표지 △잉크젯으론 출력 불가한 ‘11번 친박신당’ 잔영이 찍힌 인쇄 의심 비례투표지 △70표가 부족한 진동면 투표수와 투표인명부의 불일치 현상이 파주을 재검표 현장에서 한꺼번에 목격됐고 일부 촬영됐다. 민통선을 포함하는 파주을 지역구는 파주갑보다 유권자의 보수 성향이 강하고 전통적으로 보수당 후보가 당선됐다.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명백한 무효 투표지는 최근 들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파주시 금촌 2동은 관리관 직인이 없는 투표지 20매가 유권자에게 교부됐고 절취하지 못 한 번호지가 딸린 투표지도 1매가 있었다고 투표록에 기록됐다. 금촌 3동은 이런 기록이 없었다. 현행법상 투표지의 이상 여부를 발견한 투표관리인은 반드시 적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재검표 당일 아무 기록이 없던 금촌 3동 투표함에서 오히려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투표지 11매가 발견됐다. 반면 20매를 나눠줬다는 금촌 2동 투표함은 모든 투표지에 관리관의 직인이 찍혔다. 관리관 도장이 없는 채로 기표됐다는 투표지 20매가 사라진 것이다.
나와야 할 곳은 비정상 투표지가 없고 안 나와야 할 곳에서 비정상 투표지가 나오면서 누군가 투표함에 손을 대지 않고선 불가능 일이 발생했다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가중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장관급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의 박용호 후보는 지난해 8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파주시 선관위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파주경찰서는 작년 11월 무혐의 종결 처분했고 올해 5월 또다시 무혐의 불송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송치란 경찰선에서 끝내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시 경찰이 덮을 일이 아니라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건 무마 실태는 4·15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파이낸스투데이의 28일자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신문은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도태우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두 차례 무혐의 불송치 처분을 내리면서 선관위를 단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경찰이 작년 11월과 올해 5월 잇달아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하자 다시 보강하라며 재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덮으려 하고 검찰은 밝히려 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민경욱 전 국회의원이 2021년 11월12일 오후 3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자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민 전 의원은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의 대표로서 2020 총선의 진실 규명에 앞장서 온 인사로 제일 먼저 꼽힌다. 기자는 민 전 의원이 2020년 10-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KBS 시절 ‘입찰 담합 사건’과 ‘유명 시중은행의 인터넷 뱅킹 해킹 사건’으로 두 차례 방송기자 대상을 받았다. 통계와 해킹에 관한 특종이다. 민 전 의원은 “사전선거 결과 히스토그램을 보면 1000개의 동전을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 또는 창세 이래 오늘까지 던져도 안 되는 확률이라는 통계학 최고 권위 학자의 말을 듣고 부정선거 규명 싸움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 전 의원은 이후 선관위 서버의 해킹 가능성도 제기했다. @스카이데일리
기표가 된 투표지는 스캔 이미지로도 보관하도록 현행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미지 파일을 실제 보관된 종이 투표지와 대조하면 투표함이 온전히 보관돼 왔는지 누군가 인위적으로 손을 대고 바꿔치기 했는지 손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4·15 총선 이후 14개월 만에 제일 처음으로 인천 연수을에서 열린 재검표에선 선관위 측이 “이미지 파일을 파기했다”고 답해 부정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었다. 당시 “원본과 대조할 수 있는 보관파일을 삭제한 자체가 다툼의 여지없는 불법 행위인 데다 선거 조작을 은폐하려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라는 비판이 일제히 제기됐지만 이 또한 처벌 여부가 불명확한 가운데 유야무야 잊혀 갔다.
[단독] “선관위가 투표지 빼돌린다”… 4·15 재검표 무슨 일이?
파주을 선거소송 재검표장 법정 경위들 ‘수상한 대화’ 본지 확인
참관인들 “투표관리인 직인 없거나 他지역 투표지 등 의혹 많아”
경찰 ‘투표함 바꿔치기’ 거듭 무혐의 종결… 검찰, 재수사 지시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입력 2023-07-31 00:07:00
4·15 총선의 경기 파주을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법정 경위들이 “선관위가 차에 투표용지 빼돌린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이들의 말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 ‘투표함 바꿔치기’에 가담했는지를 두고 사정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특별3부(재판장 이흥구·주심 안철상·김재형 대법관)는 2021년 11월12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박용호 전 미래통합당 후보가 낸 선거 무효소송 사건의 재검표를 진행했다. 재검표란 실제 투표 결과와 기표된 투표지의 수가 맞는지 확인해 집계가 잘못됐거나 부정 투표지가 유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대법원이 주재하고 원고 측 참관인과 피고인 선관위 관계자들이 입회한다.
그날 오후 4시쯤 법정 경위 동복 점퍼를 걸친 남성 3명이 법원 내 남동쪽 사법연수원 담장과 맞닿은 야외 흡연실 앞에서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눈 사실이 취재망에 잡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이 재검표에 앞서 투표함에 손을 댔다는 내용의 대화로 추정된다.
당시 녹취에 따르면 법정 경위 A씨는 “(선관위가) 차에 투표 용지 빼돌린다”고 발언해 동료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경위 B·C씨가 쳐다보자 A씨는 “여기 부정선관위, 투표용지 (청취 불가 부분: ‘운반하고 있어요’ 추정)”라고 했고, 곧이어 “차 XX(비속어) 빼달라고 (청취 불가 부분) 야, 오지마! (청취 불가 부분: ‘하더라고’ 추정)”라고 말했다.
녹취에 따르면 A씨가 “부정선관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4·15 총선의 부정 의혹이 확산하면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측에서는 ‘부정선거’와 '선관위’를 합쳐 ‘부정선관위'라는 조롱 섞인 단어를 종종 사용해 왔다. A씨는 자기가 직접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관위 행위를 ‘부정선거’라고 인식했기 때문인지, 이날 법원 앞 집회에서 나온 구호를 무의식 중에 따라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A씨의 “여기 부정선관위, OO 있어요”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을 고발하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들의 대화는 재검표 당일 법원에 일찍 도착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함에 임의로 어떤 변경을 가한 정황을 짐작게 한다. 재검표에 입회하는 선관위 측 최고 선임자로 알려진 김용권 법제과장이 최초 목격된 것은 오전 8시25분쯤이다. 김 과장과 선관위 측 인사로 보이는 일행은 영상 포착 직전 건물에서 나와 흡연실 방향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예고된 합법 집회를 앞두고 배치된 정복 경찰관들 외엔 원고 측 인사들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8시35분쯤 도태우 변호사가 가장 먼저 법원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보과 형사는 “선관위가 8시 이전에 온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표함은 재검표 전까지 법원의 허가 없이 봉인을 해제하거나 임의로 열어서도, 위치를 변경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4·15 총선 재검표 현장마다 누군가 투표함에 손을 댔다는 잡음이 매번 불거졌다. 투표함뿐만 아니라 투표함 보관실의 봉인이 떼어졌다 붙은 흔적이 전후 사진을 통해 구분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단지 관리부실인지, 의도가 개입된 변경인지 문재인 집권기에는 검찰 수사가 단 한 건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어 의구심만 더욱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법원 경비와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인 법정 경위 3명이 “선관위가 차에 투표용지 빼돌린다”고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눈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추정컨대 A씨 발언에는 △주체: 선관위 △객체: 투표용지 △도구: 차량 △행위: 빼돌림 △방식: 종용(“차 XX 빼달라”) △범의(犯意): 은폐 기도(“야, 오지 마!”) 등 범죄의 구성요건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농담으로 주고받을 성질의 사안이 아닌 데다, 사실이라면 선거 중립을 준수할 책임이 있는 선관위가 선거 결과 조작에 가담했다는 위중한 사안이 될 수도 있어서다.
당시 재검표에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박용호 후보를 비롯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민경욱 전 국회의원·권오용 변호사·도태우 변호사 등의 인사들이 소송 당사자와 참관인 자격으로 입회했다. 또한 작년 10월 작고한 고(故) 김재홍 자유의창 대표도 함께했다. 조직적인 선거 결과 조작 및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고 대법원 재판에도 임한 김 대표는 “덮으면 덮으려 할수록 더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선관위 한 번도 안 부르고 ‘수사 끝’… 이상한 경찰
선거 결과 조작 의혹 있는 중대사안에도 확인 안 해
선관위 법으로 보관 의무화 된 투표지 스캔이미지 파기
부정 논란 첫 제기된 연수을 재검표서 은폐 의혹 드러나
황교안 전 총리는 재검표가 끝난 밤 11시30분쯤 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짜 투표지가 쏟아져나왔고 투표함에 손댄 흔적이 많이 보여 선관위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며 “(투표함의 표들을 통째로 바꾸는) 통갈이나 명백한 바꿔치기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투표지들이 나와 4·15는 전면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통탄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황 전 총리는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말해 온 이들 중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다. 공안검사는 간첩을 잡는 시국사건과 선거사범을 잡는 선거사건을 맡는다. 생존한 전·현직 검사 중에서 선거사건을 가장 많이 다룬 권위 있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윤석열정부 들어 부정선거 특검으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측으로부터 한때 제시됐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부정선거 재판에 참여해 온 권오용 변호사도 재검표가 끝난 뒤 “선거인 명부에 있어선 안 되는 1896년(고종 33년)생이 있는가 하면 당일 투표지인데도 접은 흔적이 하나도 없이 신권 다발처럼 빳빳하고 일률적으로 쌓여 있는 투표지 뭉치가 다량 발견돼 전체를 조작된 득표수에 맞게 (투표함을 열고) 새로 (만든 투표지를) 쏟아부었다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고 했다. 역시 재검표에 참관했던 도태우 변호사는 “기존에 나왔던 대부분의 부정투표지 유형들이 모두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 데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새로운 부정 투표지들까지 나왔다”고 고발했다.
참관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백지투표지’ 11장 △파주을 재검표 투표함 개봉 후 처음 나온 파주갑 투표지 △한 번도 접지 않은 빳빳한 신권 다발 형태 투표지 △2·3장이 붙은 투표지 △지역구와 비례대표 용지가 겹쳐 인쇄된 배춧잎 투표지 2장 △옆 간격이 맞지 않은 채로 21장 연속 나온 투표지 △투표지 묶음 옆에 줄이 나 있는 인쇄 의심 투표지 △투표관리관 도장이 찌그러진 투표지 △기표 도장이 찌그러진 투표지 △잉크젯으론 출력 불가한 ‘11번 친박신당’ 잔영이 찍힌 인쇄 의심 비례투표지 △70표가 부족한 진동면 투표수와 투표인명부의 불일치 현상이 파주을 재검표 현장에서 한꺼번에 목격됐고 일부 촬영됐다. 민통선을 포함하는 파주을 지역구는 파주갑보다 유권자의 보수 성향이 강하고 전통적으로 보수당 후보가 당선됐다.
투표 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명백한 무효 투표지는 최근 들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파주시 금촌 2동은 관리관 직인이 없는 투표지 20매가 유권자에게 교부됐고 절취하지 못 한 번호지가 딸린 투표지도 1매가 있었다고 투표록에 기록됐다. 금촌 3동은 이런 기록이 없었다. 현행법상 투표지의 이상 여부를 발견한 투표관리인은 반드시 적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재검표 당일 아무 기록이 없던 금촌 3동 투표함에서 오히려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없는 투표지 11매가 발견됐다. 반면 20매를 나눠줬다는 금촌 2동 투표함은 모든 투표지에 관리관의 직인이 찍혔다. 관리관 도장이 없는 채로 기표됐다는 투표지 20매가 사라진 것이다.
나와야 할 곳은 비정상 투표지가 없고 안 나와야 할 곳에서 비정상 투표지가 나오면서 누군가 투표함에 손을 대지 않고선 불가능 일이 발생했다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가중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장관급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의 박용호 후보는 지난해 8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파주시 선관위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파주경찰서는 작년 11월 무혐의 종결 처분했고 올해 5월 또다시 무혐의 불송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송치란 경찰선에서 끝내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시 경찰이 덮을 일이 아니라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건 무마 실태는 4·15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파이낸스투데이의 28일자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신문은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도태우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두 차례 무혐의 불송치 처분을 내리면서 선관위를 단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경찰이 작년 11월과 올해 5월 잇달아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하자 다시 보강하라며 재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덮으려 하고 검찰은 밝히려 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표가 된 투표지는 스캔 이미지로도 보관하도록 현행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미지 파일을 실제 보관된 종이 투표지와 대조하면 투표함이 온전히 보관돼 왔는지 누군가 인위적으로 손을 대고 바꿔치기 했는지 손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4·15 총선 이후 14개월 만에 제일 처음으로 인천 연수을에서 열린 재검표에선 선관위 측이 “이미지 파일을 파기했다”고 답해 부정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었다. 당시 “원본과 대조할 수 있는 보관파일을 삭제한 자체가 다툼의 여지없는 불법 행위인 데다 선거 조작을 은폐하려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라는 비판이 일제히 제기됐지만 이 또한 처벌 여부가 불명확한 가운데 유야무야 잊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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